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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위스키 21

Kai x D.o.

카디 독한위스키 21

W. 율이



경수는 조개 육수 맛이 진하면서도 깔끔한 봉골레 파스타를 꽤 좋아했다. 가끔 집에서도 해 먹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해감이 덜 된 조개를 사용한 봉골레 파스타를 먹다가 모래를 씹은 적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경수는 조개와 맛있게 어우러진 파스타면을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까르보나라는 그렇게나 경수의 취향이 아니었다. 성격부터 스테이크를 굽는 정도, 영화 취향, 팝콘, 그리고 파스타까지 뭐 하나 김종인과 같은 것이 없었다. 참 우스운 일이다.


"나는 오일 파스타 별로던데, 싱거워서."

그리고 그것은 김종인도 똑같이 느낀 모양이었다.


"그리고 성적 취향도 다를걸."





*





김준면과 그의 애인.

준면이 그의 애인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종인을 불러 애인과 가기 위해 미리 예약해 두었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 전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준면이 애인과 헤어진 이유는 그리 많지 않았다. 준면이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그놈의 일 때문이었다. 흔한 이별 사유였다. 다른 사람들은 준면과 그의 애인을 보고 한심하다고 할 지도 모른다. 일과 사랑 둘 다 잡을 순 없냐며. 하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준면은 사랑을 놓았다. 

준면은 어릴 때부터 조금 남달랐다.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공부도 잘하고, 머리도 좋았다. 어머니가 센터에 데려가 아이큐 검사를 하자 149라는 높은 숫자가 나왔다. 그 때 부터 였다, 준면의 부모님이 그에게 더욱 기대를 건 것은.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종인이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는 준면에게 모든 것을 다 걸었다. 준면은 조금도 엇나가면 안 되었다. 그는 가(家)와 회사를 이을 기둥이자 희망이었다. 이미 아버지에겐 종인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서 받은 압박이 준면을 잠시나마 일탈하고 싶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겉으론 티 내지 않았다. 아이큐가 높고 공부도 일도 잘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준면이 선택한 것이 연애였다. 일탈. 준면에게 연애는 그런 것이었다.

준면이 애인을 만난 곳은 대학 스터디 모임이었다. 곧 대학을 졸업할 취준생들과, 한창 멋모르고 들어온 새내기까지, 그래도 어쨌든 다들 공부 하나는 빼어나다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 온 사람이 있었다. 그는 활달하고 말도 잘했다. 사교성도 좋았다. 준면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느껴졌다. 단시간 안에 모든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건 이 스터디에 그밖에 없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박찬열이라고 소개했다. 찬열.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는데 이름도 예쁘다. 성격도 좋다. 그리고 공부도 잘한단다. 신은 준면에겐 다른 것을 다 주셨지만 키는 주시지 않았는데 박찬열에게는 전부 다 주신 모양이다. 그리고 정말로 박찬열은 못하는 게 없었다. 기타도 칠 줄 알았다. 어디서 배웠느냐고 했더니 독학한 거라고 했다. 그에 맞춰 노래도 좀 불렀다. 이쯤 되면 신은 공평하지 않다.

준면은 박찬열이라는 사람이 좋았다. 처음에는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랑이란다. 박찬열이 먼저 사실 선배님 좋아했어요. 이상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라며 고백해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그래서 준면에게 연애가 일탈이 된 것이었다. 아마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놀라 자빠져 휠체어를 타고 언론에 등장하실지도 모른다. 또 종인이 알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숨겼다. 연애도, 사랑도, 찬열도. 그렇게 2년 넘게 연애했다. 처음에는 다 좋았다. 비록 아무도 모르게 하는 비밀스러운 것이었지만 친구처럼 사귀었고, 우정처럼 사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준면이 취업하기 전까지의 일이었다. 취업하고 난 후로는 더욱더 보는 눈이 많아졌다. 회장의 첫째 아들이라며 다 준면만 주시했다.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한 일탈이었지만, 이제는 일탈조차 하기 어려운 무게가 준면에게 주어졌다. 준면은 엇나가지 않아야 한다. 너는 누구보다 바르게 성장해야 해. 너는 모든 것을 다 잘 해내야 해. 준면이 수 없이 직간접적으로 들어왔던 이야기다. 

그래서 찬열이 준면에게 이별을 고한 것이다. 아마 그도 준면이 눈치 보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 거다. 찬열은 준면이 하지 못한 말을 대신해 준 것뿐이다. 찬열이 떠나간 것처럼 말했지만, 먼저 준면이 떠난 것이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버려야 한다. 심지어 남자와의 동성연애라면 더욱더. 이렇게나 압박받고 눈치 보면서 남들과는 다른 연애하기 쉽지 않으니까. 그래서 헤어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런데 어쩌면 준면은 사랑보단 그 일 자체가,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위치가 더 좋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압박받는다며 힘들어했지만, 오히려 그것을 즐겼던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에 준면이 버린 것은 사랑이자, 박찬열이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찬열이 퇴근하는 길에 종인과 나란히 걷는 경수를 보았다. 둘은 가까이 있지 않았다. 조금 떨어져서 그냥 그렇게 걷고 있었다. 그리고 찬열은 마침내 종인을 떠올렸다.

김종인, 김준면 동생이구나.


KJ전자라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한다. 이리도 눈썰미가 없었나 싶었지만, 솔직히 그들은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명은 흰 피부에 작은 키, 나머지는 까만 피부에 큰 키를 가졌다. 생긴 것도 다르다. 그리고 성격도 다르다. 하지만 찬열이 처음 종인을 보고 익숙한 느낌을 받은 것은, 완전히 다른 듯하지만 사실은 어딘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그가 준면과 피를 나눈 형제였기 때문일 것이다.

준면과의 2년하고도 조금 더 긴 시간을 함께했지만, 그가 떠나간 것은 사실 그 전부터 일지도 모른다. 조금씩, 조금씩 찬열에게서 멀어져 갔다. 이별을 고한 것은 찬열이다. 하지만 그 명분을 만든 것은 준면임이 분명하다. 둘은 서로의 앞에서 울지 않았다. 가슴 한 곳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으나 둘 다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뒤 돌아선 준면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보았을 때엔, 저도 모르게 찬열이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분명 어릴 때는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것은 영화에나 나오는 것일 줄 알았다. 사랑하면 왜 헤어지는데? 싶었지만 사실은 사회적 연유로 무궁무진하게 일어나는 것이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것임을 알았다. 특히나 동성연애라면 더더욱.

찬열이 자신이 게이였다는 것을 깨닫고 연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부터는 수없이 사랑해서 헤어져 봤다. 대부분 사회적 시선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비밀 연애 같은 것 하지도 않았다. 우리 사귄다- 하고 티 냈던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짓이었다. 찬열도, 그의 첫 애인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견딜 수 없어 했다. 그래서 헤어졌다. 그리고 그다음에도 비슷한 이유로 수없이 헤어졌다. 찬열에게 준면은 남들과는 다르지 않은, 그런 사람이었다. 비록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준면은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다. 

한 번 헤어진 사람은 그 뒤로 만나지 않았다. 또 만나서 좋을게 뭐가 있나 싶었다. 한 번 끝이면 영원한 끝이다. 다시 시작이란 건 없다. 그래서 준면도 만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도경수와 같이 있던 김종인에게서 준면이 보였다. 그들이 피를 나눈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래서 어쩌면 종인도 나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 옆에 있던 도팀장님도?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이 세상에 그런 사람들 없는 듯하지만, 숱하게 봐 왔다.



"도대리님! 안녕하세요. 그리고... 김팀장님?"

찬열이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하자 경수가 당황한 듯 보였다. 잠시 김종인을 한 번 쳐다보더니 퇴근하세요? 하고 물어왔다. 

"네. 그 파일 엑셀로 정리한 건 보내뒀어요! 야근도 했는데 혼자 한 잔하려고 했죠. 물론 내일 출근에 지장 없을 정도로만! 그 우리 회사 건물 뒤에 포장마차 거리 많은데도 한 번도 못 가봤거든요. 도대리님도 한 잔하실래요? 괜찮으시면 김팀장님도?"





*





오늘은 도경수와 영화도 봤고, 스파게티도 먹었다. 까르보나라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물론 토마토 스파게티도 좋아한다. 도경수가 먹었던 오일 파스타는 별로지만. 그리고 분위기는 나름 괜찮았다. 도경수가 성적 취향도 다를걸? 이라며 약간 비꼰 것만 빼고. 맥주 한잔해도 둘이서 하려고 했다. 그러나 박찬열의 손에 이끌려 포장마차에 셋이 앉아 소주 한 잔 하게 된 것은 경수에게도, 종인에게도 없던 계획이었다. 종인은 이 박찬열과 함께하는 자리가 마음에 들진 않았으나, 나중에 도경수랑 박찬열 둘이서 마시게 두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같이 한 잔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합류한 것이다. 이렇게 술자리 가지면 당분간은 경수에게 들이대지 않지 않을까 하고 종인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다.



"여기에 변백현 씨도 있었으면 저번에 그 조합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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