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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위스키 23

Kai x D.o.

카디 독한위스키 23

W. 율이



CHAPTER2. A Stiff Whisky


그리고 사건은 또다시 일주일 뒤 터졌다. 그동안 김종인이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하고 어떤 날은 회사까지 찾아왔다. 그럼에도 경수는 만나주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 같았다면 그런 경수를 끌고서라도 원하는 곳에 데려다 놓았을 종인이지만, 경수가 이번에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정도로 화났다는 것을 알기에 종인이 그렇게까지 하지 못한 것이다.


"경수야... 이게 무슨 일이니?"

경수의 어머니가 태블릿 액정에 뜬 사진을 경수에게 내밀며 물었다. 

맙소사, 김종인과 놀이공원에 갔었던 그 날이었다. 그 날 경수의 뒤를 환청처럼 따라오던 웅성거림이 또다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많지 않았다. 그 날 경수와 종인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던 사람은. 그리고 사실 경수를 향해 수군대던 사람도 많지 않았다.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이렇게 터졌다.

- 이 사진에 키 작은애가 D그룹 도경수라는데 옆에 같이 있던 키 큰 남자가 얘한테 우리 사귀는 거 맞아? 이렇게 소리 지르더라. 혹시나 해서 사진 찍었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까 도경수 맞는 것 같아서 ㅋㅋ 나만 보기 아까워서 올린다. 문제 생기면 내림.


문제 생기면 내린다고? 이미 문제는 생긴 지 오래다. 이 사람들에겐 그저 별거 아닌 이슈 거리일 것이다. 혼자 보기엔 아까운. 하지만 경수에겐 아니었다. 경수의 모든 것이 달려있는 문제였다. 조금 과장하자면 말이다. 김종인은 뒷모습밖에 찍히지 않았다. 그래서 오로지 사람들의 관심은 경수에게만 몰려있었다. 도경수를 원래부터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아예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든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들은 그 사람이 '도경수'라는 것조차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D그룹 외동아들이라는 사람이 사실 게이였다 하는 의혹만이 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시작은 한 남초 사이트였다. 그것이 여러 군데 퍼지면서 경수에게까지 들어온 것이다. 아버지가 이 글을 본 이상 게시글과 사진 원본을 퍼뜨린 사람은 어떻게든 찾아내 유언비어를 퍼뜨린 죄를 물어 처벌할 것이다. 그는 아마 그렇게까지 문제가 심각해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이미 여러 군데 퍼진 글들과 사진은 지워달라고 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이 사실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이렇게 물으려고 아들을 본가로 불러들였지만 말이다.


"그거... 그냥 장난친 거예요...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어쨌든 경수로썬 이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 저 옆에 KJ그룹 둘째 아들 김종인이랑 진짜 사귀는 사이라고? 절대로 말 못 한다. 만약 그 사실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간다면 경수는 정말로 정신병원 병동에 처박힐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누구니?"

어머니가 김종인의 뒤통수를 가리키며 물었다.

"··· 그냥 친구예요..."


어머니는 네가 평범한 사람도 아니니 앞으로 이런 일 없게 조심하라고 경수를 타일렀다. 그리고 방을 나서며 어딘가 전화해 친구와의 장난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며 정정기사를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대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싶었다. 





*





경수가 본가를 나왔을 땐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 경사지지 않은 비탈길을 오르다 어린아이처럼 경수가 사는 오피스텔 현관에 쭈그려 앉아있던 김종인과 마주친 것은 경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경수가 그 자리에 멈춰 서자 김종인이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경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비에 젖어 든 경수를 그대로 껴안아 버린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경수가 종인을 곧바로 밀어내지 못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김종인은 울고 있었다. 비에 젖어 머리카락에서 떨어져나오는 물방울처럼 보였지만, 경수를 껴안은 어깨가 조금 들썩이는 것이, 그리고 경수에게 다가오던 종인의 눈가가 조금 빨갛던 것이 경수가 종인이 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만든 요인이었다. 

"지금 울고 싶은 건 난데, 네가 왜 울어."

경수가 그제서야 종인을 살짝 밀어냈다.


"들어가, 들어가서 얘기해."

그리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종인의 어깨에 먼저 손을 올린 것은 경수였다.





*





"··· 봤어, 그 글이랑, 사진이랑, 나중에 올라온 정정기사랑."

긴 침묵 끝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종인이었다. 경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수건으로 머리를 터는 데에 집중했다. 경수는 어머니에게 태블릿 액정을 보여졌을때 당황함과 동시에 더 화가 난 것은 사실이었다. 비가 오기 시작했으니 데려다주겠다는 기사님의 제안도 거절하고 굳이 오피스텔까지 걸어온 것도 기사님이 그 사건에 대해 경수에게 은근슬쩍 질문할 것에 대답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관 앞에 쭈그려 앉아있는 종인과 마주쳤을 때만 해도 김종인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한마디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나 아무렇지 않은 듯 있을 수 있던 것은, 김종인이 울었기 때문이다.

강한 척해왔던 아기 호랑이가 사실은 나약한 하룻강아지였다는 듯, 김종인이 울고 있었다. 슬픈 영화를 보면서 흘렸던 단순한 눈물이 아니었다. 미안해하고, 끝없이 자책하는 눈물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경수도 종인을 쉽게 밀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주일 동안 사과하려고 계속 연락했으면서도, 속으론 변명할 거리를 찾고 있었던 것 같아."

"..."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까 정말로 그러면 안 되겠더라."

"..."

"그냥 내가 다 잘못한 게 맞더라고... 그래서 진심으로 사과하려고 왔어. 미안해 도경수..."


지금 이 순간 도경수의 앞에 서 있는 김종인은 김종인이 아닌 것 같이 보였다. 이상한 협박이나 하고, 경수를 제 장난감 마냥 가지고 놀고, 마음대로 키스하고, 땡깡부리던 김종인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도경수에게 김종인은 처음엔 영악한 소년이었다. 철없고, 자신이 이 관계에 있어 갑인 마냥 행동하고 -실제로 어느 정도 맞지만- 온통 명품을 두른, 누가 봐도 나 재벌 2세야, 건드리지 마. 하는 듯.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랑에 빠진 평범한 소년 같았다. 아직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좋아한다며 이것저것 다 해주려 들고, 쫓아다니고, 질투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은 누구보다 순수한 어린아이 처럼 보이기까지 이르렀다. 김종인의 얼굴은 끝이 없는 듯, 하지만 이제껏 경수에게 보여준 그 모든 얼굴은 하나도 빠짐없이 가면이 아니었다는 듯, 종인의 얼굴은 수없이 바뀌었다. 이 모든 게 나야,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보여주는 듯.



그리고 종인의 입술에 제 입술을 먼저 가져다 댄 것은 놀랍게도 경수였다. 하지만 더 놀란 것은 종인일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선물에 안달 난 것도 종인이었다. 어쨌든 먼저 종인의 입술에 입술을 맞댄 것은 경수였고, 짧은 키스에 안달 난 종인이 한 번 더 경수의 입술을 욕심냈지만, 오늘은 반성해. 하고 밀어낸 것도 경수였다.

종인이 환하게 웃었다. 어린아이처럼-

그래서 경수도 따라서 작게 웃었다.





*





류주현.

스타벅스의 알바생이 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시간은 참 빠르다. 5월 초에 노인네에게 성폭행을 당하려던 찰나 도경수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그를 그 다음날에 다시 만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어느덧 5월도 끝나가고 햇볕 쨍쨍한 여름이 오려고 하는데, 아직도 경수에게 약속한 밥을 사지 못했다. 아마 도경수는 류주현이란 존재 자체를 잊고 있을지도 모른다.

주현은 그동안 쉴 새 없이 바빴다. 알바생 한 명이 펑크 나는 바람에 그 자리를 매번 메꿔야 했고, 쉽사리 새로운 알바생이 구해지지 않았던 탓이다.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알바비는 더 많이 받았다. 그걸로 동생과 둘이 생활하기엔 사실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것도 나름 주현에겐 다행이었던 것이다.


「D그룹 후계자 1순위 도경수 게이설」이라는 어이없는 사건이 오늘 점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현은 그런 것엔 관심이 없었다. 애초에 알바하는동안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인터넷을 들락날락할 시간도 없었으며,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며 살아야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그 이유다. 

건물 밖엔 비가 내리고 있어서 카페 바닥이 조금 미끄러웠다. 그래서 주현은 마른걸레로 바닥을 닦았다. 이래야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이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테이블은 소독물에 담가져 있던 물수건으로 닦았다. 그러다 간혹 커피가 쏟아져 있으면 아주 짜증 난다. 테이블이나 바닥이야 닦으면 되겠지만 소파형식으로 된 의자까지 축축이 젖어 들면, 아주 골머리 때린다. 그래도 오늘은 그런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오늘은 오전 근무여서 4시 반이면 마친다. 드디어 함께 일할 새로운 알바생을 구해서 풀 타임을 안 뛰어도 된다. 월급을 더 적게 받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그래도 여유가 생긴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도경수에게 오늘에서야 연락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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