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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카포(da capo) 16

Kai x D.o.

[카디] 다 카포(da capo) 16

W. 율이



민석이 경수와 종인을 목격한 것은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은 바로 전 주의 주말이었다. 동생은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데이트 한다며 나가버리고, 홀로 제 방에서 책이나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냈었던 그날. 민석은 경수의 부모님이 매주 주말이면 새로이 생긴 취미를 즐기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간 것이었다. 평소에도 조금 심심해지면 연락 없이 자주 드나들고 했었던 터라 이번에도 굳이 간다는 연락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5분이면 가는 데다가, 경수가 지금 이 시간, 딱히 무언가를 하고 있진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민석이 경수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을 때, 어딘가 당황한 듯한 표정의 도경수를 마주하게 된다.


미, 민석이 형? 어쩐 일이야? 그렇게 묻던 도경수는 평소답지 않게 머리는 약간 헝클어져 있고, 어쩌다가 거꾸로 입은 건지 티셔츠도 급히 주워입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경수의 방에서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오던 키가 큰 남자아이는, 윗도리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마침내 그 애와 민석이 마주쳤을 때, 경수는 정말로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마치 금단의 관계를 즐기려다가 발각된 것 마냥. 민석은 경수가 이렇게나 당황하는 걸 그때 처음 본 것 같았다.

뭐, 그렇게 해서 어렴풋이 눈치챘던 거다. 진한 스킨쉽이라도 하다가 들킨 정도가 아니라면 주변 시선 따윈 뭣도 아니라고 생각하던 도경수가 그렇게까지 당황했을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 

경수가 이제껏 여자친구 한 번 사귀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남자가 취향일 거라고도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민석이 그렇게 생각했든, 생각하지 않았든, 제가 아끼는 사촌 동생이 그러하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민석은 조용히 웃으며 다시 그 집을 빠져나왔다. 그 후, 먼저 메시지를 보낸 것은 경수였다. 그때의 경수는 전과 다르게 꽤나 침착했다. 사실은 그때 형이 봤던 애랑 사귀고 있고, 그 애의 이름은 김종인이고, 그땐 형이 갑자기 찾아와서 당황했었다고. 어쨌거나 그는 민석이 저를 이해해줄 거라는 것도 알고 있는 듯했다. 


민석은 제가 가족 이외의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당연하게 그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도경수도 그럴 줄 알았다. 어딘가 저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 아이였으니까. 제가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없다고 해서, 막연히 도경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였을까, 저 또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은. 




*




그리고 또다시 시간이 조금 흐른 4월 중순, 벌써 다음 주면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덕분에 피아노 강습은 시험이 끝날 때까진 휴강이었다. 경수는 아주 오랜만에 야자를 했다. 저녁은 석식을 신청하지 않았기에 대충 매점에서 빵 하나 사 먹는 걸로 때웠다. 그에 종인이 저 혼자 맛있게 급식이나 먹을 수 없다면서 경수의 뒤를 졸졸 따라붙는 바람에, 적잖이 찬열의 의심을 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김종인 네가 밥을 안 먹는다고?


종인은 최근 야자를 무단으로 빠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 때문인 듯했다. 몸도 안 좋으신데 정말로 한 번만 더 빠지면 부모님을 호출하겠다던 담임 선생의 이야기에 그는 꼬박꼬박 야자에 참석했다. 언제나 경수가 먼저 하교할 때면 주인을 보내는 강아지 마냥 풀이 죽은 채로 경수에게 손을 흔들곤 했다. 

야자까지 끝난 후엔 같이 하교를 했다. 종인과 경수 사이에 찬열이 질척거리며 따라붙는 바람에 종인이 방해된다며 내색했으나 그는 막무가내였다. 그리고 경수의 집이 학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서 둘과는 금방 헤어졌다. 집 근처까지 오는 10분 동안 찬열은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 말했다. 

너 경수랑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진 거야? 도경수랑 친해져서 날 버린 거야? 김종인 이 나쁜 남자 같은 새끼. 

그에 종인이 지친 기색을 내보였지만 이번에도 찬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찬열은 이어 경수에게도 말을 붙였다. 그런데 경수 너 피아노 친다고? 너 그러고 보니까 작년 축제 때 피아노 쳤지? 잘 치더라. 


경수가 마침내 아파트 단지 앞까지 도달했을 땐, 보지 말아야 했을 광경을 보고 만다. 미나였다. 낯선 남자와 함께 있던 미나. 그곳은 가로등 불빛이 땅을 비추지 않는 작은 길목이었다. 어둠 속에 서 있던 두 사람은 격렬한 입맞춤 중이었다. 경수는 적잖이 당황했다. 어릴 적부터 쭉 함께했던 사촌 친구가 연애한다는 말은 자주 들어봤어도 스킨쉽 하는 건 듣지도, 목격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미나가 애인과 뽀뽀를 하든 포옹을 하든 섹스를 하든 그건 경수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으니까. 경수는 문득 몇 주 전, 민석에게 종인과의 관계를 들켰던 일을 떠올렸다. 비록 직접적인 장면은 아니었지만, 급히 주워 입느라 어설프게 뒤집어 입은 티셔츠와 김종인의 상반신 노출은 어떠한 상황을 짐작하는 것에 꽤 기여했을 것이다. 그리고 민석이 짐작했을 그것이 맞았고. 

그때 종인은 경수에게 무작정 달려들었다. 경수는 종인의 요구대로 피아노를 조금 연주했을 뿐이다. 그런데 종인이 막무가내로 경수의 얼굴에 뽀뽀를 퍼부었다. 그게 시작점이었다. 얼굴에 퍼붓던 뽀뽀는 어느새 농후한 키스가 되었고 목엔 흔적까지 남기면서 경수의 살점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방 안에서, 그것도 가족과 다 함께 생활하는 집 안에서 섹스를 할 생각은 정말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그 생각과는 다르게 어느새 김종인에 의해 윗 옷가지가 벗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엔 민석이 누른 초인종에 의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결국 경수는 자리에 굳어 미나가 진득한 키스를 끝내고 경수를 발견할 때까지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는 무례를 범하고 만다. 

"도, 도경수?"

미나가 경수를 향해 소리 내자 뒤돌아있던 그녀의 애인으로 추정되는 낯선 남자가 경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웃으며 경수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미나 사촌이라던? 미나한테 몇 번 얘기 들었어요. 저는 미나 남자친구예요."

그 모습은 꽤나 신사적으로 보였기에 경수는 조금 안도했다. 그래서 경수도 꾸벅 인사를 하고 막 그들을 지나쳐가려던 참이었다. 미나가 경수의 팔을 다급히 붙잡으며 한마디 한 것은.

"나도 지금 들어가려고 했어! 오빠 이제 가요. 저 들어갈게요."




*




잠시 요 앞에 앉았다 가자는 미나의 요구에 경수는 놀이터 앞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나는 경수의 앞에 서서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물었다.

"너 봤어?"

"뭐? 키스하는 거?"

그에 경수가 어깨를 으쓱하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왜인지 조금 안도한 듯한 미나가 경수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아니다, 됐어!"

"무슨 소리야?"

"야, 너 김종인이랑 사귄다며?"

"누가 그래?"

"김종인이."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냐?"

"도경수, 너 내가 김종인이랑 친하다고 질투하냐?"

미나가 평소처럼 낄낄대며 경수를 놀리자 경수가 귀찮은 듯 제 어깨에 둘린 미나의 팔을 허공에 내동댕이쳐 버리는 것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




미나가 다시 남자친구를 만난 것은 도경수가 그 키스를 목격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어젠 학교가 끝난 후 어쩐 일로 미나의 학교 앞으로 찾아온 남자친구에 의해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함께 하교하려던 백현을 먼저 보내고 평소와 같은 데이트를 즐겼던 것이다. 그러고 데이트의 종착지인 미나의 집 근처에서 스킨쉽을 하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 하필 키스하는 것을 도경수에게 들켰으며, 더욱 문제가 되었던 건 남자친구가 그녀의 가슴을 허락 없이 만졌다는 점에 있었다. 다행히도 도경수는 그것까진 보지 못한 듯했다. 이제껏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들과 단 한 번도 키스까지 해본 적 없었으며, 그 이상의 스킨쉽은 더더욱 해 본 적 없었던 것이 문제였던 걸까, 미나는 문득 그와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시 만났다. 헤어지자고 하기 위해.

그러나 그것은 미나의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남자친구는 평소와는 다른 표정으로 물어왔다. 미나는 또박또박하게 다시 한번 더 말했다. 헤어지자구요. 그러자 그는 정말이지 세상에서 제일 잘못했다는 듯한 얼굴로 미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지체하면 그는 무릎까지 꿇을 기세였다.

"미나야, 정확히 뭐 때문에 그러는지는 몰라도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앞으로는 안 그럴게. 헤어지자고만 하지 마."

"··· 아니요. 앞으로는 연락 안 했으면 좋겠어요."

미나는 그렇게 말한 후 곧장 뒤돌아 집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헤어짐이 잘 안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미나를 더 이상 붙잡지 않았으므로 오늘로써 이 관계는 깔끔히 마무리된 줄 알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그와의 헤어짐은 미나의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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