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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카포(da capo) 20

Kai x D.o.

[카디] 다 카포(da capo) 20

W. 율이



경수가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는 휴대폰을 잠깐 응시했다. 김종인, 이번에는 네가 멋대로 오해한 거야. 그래서 경수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못한 게 아니라, 이번에는 정말로 안 한 것이다. 그리고 해가 다 떨어지고 어둠이 거리를 뒤덮었을 때쯤, 경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서관을 나섰다.

그때까지도 김종인에게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4일 동안 시험 기간이었다. 또한 김종인이 아무런 언질도 걸어오지 않은 것 또한 4일째였다. 그동안 경수는 그럭저럭 시험을 잘 봤다. 늘 젬병이었던 물리도 이 정도면 꽤 잘 봐준 것 같고,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이었다. 종인은 아닌 것 같았지만. 

김종인과는 정말로 나흘 동안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자리도 시험 대형으로 앉았던 바람에 말을 걸 기회는 없었다. 도경수 또한 시험에 집중하느라 더욱 그랬고. 그래도 나흘 내내 김종인을 마주하지 않은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쯤 되니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한 건 예상외로 도경수였던 것이었다. 

그래서였다. 경수가 또다시 제 발로 김종인의 집을 찾은 건. 그러니까, 내가 잘못해서 먼저 찾아온 건 아니다. 그럼 왜 찾아왔냐고 묻는다면? 그건··· 도경수는 초인종을 누른 후, 종인이 문을 열러 나올 때까지도 그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문을 열고 나온 김종인에 의해 가로막히고 만다. 




*




눈앞에 서 있던 건 도경수였다. 도경수, 또다시 먼저 저를 찾아와 이 대문 앞에 서 있는 도경수. 그러니까, 내가 도경수에게 화가 났었던가?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말도 걸어오지 않던 도경수를 떠올리며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내동댕이쳤는데, 조금의 눈빛도 마주치지 않던 도경수를 떠올리며 잘 못 본 시험지를 구겼는데, 지금 눈앞에 그 도경수가 서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 도경수에게 화가 났었단 말이야?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도경수에게? 

종인의 감정은 실로 우습게 느껴졌다. 경수에게 왜 화가 났었는지 알고 있다. 아직까지도 종인이 오해하고 있는 그놈의 변백현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풀자고 먼저 저를 찾아주지 않은 도경수 때문이다. 그래, 그래서 지금 종인의 마음이 눈 녹듯 사르르 녹아내린 것이다. 먼저 찾아와주었으니까. 아직 도경수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종인이 경수를 와락 끌어안자, 경수가 당황한 듯 야··· 김종인··· 했지만 이내 그도 두 팔을 올려 종인의 등을 감싸는 것에 동조했다. 도경수, 미안해. 그렇게 화내서 미안해.

"도경수."

"응."

종인이 경수의 이름을 부르자 경수가 작게 대답했다. 종인이 안았던 팔을 풀고 그의 눈을 마주하자, 경수도 종인을 똑바로 마주 봤다. 

"사실은 널 싫어하지 않아···."

종인이 고개를 숙이고 마주하던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 알아."

여전히 종인을 바라보던 경수가 대답했다. 

"그리고 네가 짜증 나지도 않아···."

"그것도 알아."

마침내 경수가 한 손으로 종인의 볼을 덤덤히 쓰다듬었을 때, 두 입술은 종인에 의해 그대로 맞물리게 된다. 도경수, 너를 좋아해서 그랬어. 여전히 입술을 맞댄 종인이 어눌하게 중얼거리자, 경수가 종인을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그런데 김종인, 들어가서 해."

그러니까 여긴, 누군가 지나갈지도 모르잖아.





경수의 요구대로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종인은 다시금 경수의 입술을 빠르게 물어왔다. 거칠게 입속으로 헤집고 들어오는 혀에, 다리가 풀린 경수가 바닥에 주저앉자, 종인이 또다시 경수의 눈높이를 맞추며 그의 입술을 곳곳이 핥기 시작했다. 종인의 힘에 의해 경수가 바닥에 그대로 누운 상태가 되자 종인이 천천히 경수의 목에 키스를 퍼부었다.

"자국 남기지 마···."

경수가 말했지만 종인은 그에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경수의 교복 조끼를 힘겹게 벗겨내고, 흰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경수가 조금 움찔하며 종인의 손등 위에 제 손을 올리자 종인이 또다시 경수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씨발, 왜 이렇게 많이 입었어."

종인이 셔츠에 이어 안에 입은 흰 티셔츠를 거칠게 위로 걷어 올리며 말했다. 그에 경수가 잠깐 웃으며 교복이니까···. 하고 대답했다. 


도경수, 보고 싶었어. 몸도, 마음도.

종인이 경수의 가슴에 깊숙이 키스하며 말했다.




*




정말로 '그냥' 친구였다고? 정말로? 그냥 친구랑 그런 장난을 친다고? 걔 사실 게이 아냐? 너 조심해. 걔랑 바람피우면 죽어. 그래서 걔 이름이 뭐라고? 변백현. 그래, 변백현. 너 그냥 앞으로 걔 만나지 마. 

경수와 종인이 그대로 바닥에 누운 채로 대화를 이었다. 둘 다 나신의 상태였다. 경수는 이불 가지로 제 몸을 가리고 있는 상태였는데, 종인은 속옷만 입은 채 그냥 누워있었다. 종인이 경수의 이불을 잡아 끌어내리려고 했지만 경수가 꼭 쥐고 놓지 않았다. 의미 없이 켜 놓은 티비에서는 한창 어린이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었다. 티비 위 째깍째깍 굴러가는 시계의 시침을 보니 아직 오후 4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시험 마지막 날이라고 학교 일찍 마치고 김종인 집에 온 건데 대낮부터 섹스나 시원하게 한 판 했다. 그땐 흥분에서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나 창피한 것이 또 없었다. 그럼에도 종인은 이불을 놓지 않는 경수의 옆에 착 달라붙어 귓가에 바람을 불 뿐이었다. 그러면서 종인은 말했다.

"이제 안 만날 거지?"

"··· 안 돼."

"왜!"

"나 걔랑 10년 넘게 친구였어."

경수가 말하자 종인이 히잉, 하고 소리 냈다. 그 얼굴로 귀여운 척하지마! 경수가 종인의 옆구리를 푹 찌르며 말하자 종인이 간지러운 듯 신음했다. 나 잡아먹을 땐 그렇게 늑대처럼 달려들더니, 이제 와서 그런 귀여운 얼굴을 하고 애교를 부린다. 김종인, 네가 나를 모르겠다고 했었지. 나도 너를 정말로 모르겠다.




*




경수와 종인이 극적으로 화해한 날 이후로 시간이 조금 지난 4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분명 패딩을 입고 김종인을 처음 만났는데 곧 있으면 반팔을 입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경수가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려놓은 채 나른히 창밖을 바라봤다. 봄의 아이들이 꺄르륵 웃으며 거리를 지나는 것을 보았다. 언젠가 종인은 어린아이들을 보며 싱그럽다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그때 경수가 말했다.

- 쟤네도 알고 보면 씨발씨발 거리고 부모님 욕하고 그러던데.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다.

- 이게 다 정서에 안 좋은 매체 때문이야. 애들이 애들 같지가 않아.

- 어른들이 너나 나 봐도 그럴걸? 요즘 애들은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신다. 그리고 섹스도 하더라!

그제서야 경수가 약간 얼굴을 붉힌 채 종인의 입을 틀어막았다. 섹스한 건 조금 부끄럽다고···. 그러자 종인이 파하하 웃으며 경수의 볼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경수는 종인과 함께 있는 것이 편했다. 여전히 김종인이 저를 좋아하는 만큼 그를 좋아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저를 보고 싶어하는 김종인의 바람을 이루어주고 싶은 건, 사실은 도경수 또한 김종인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때, 경수는 비로소 그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경수는 짐작했던 것이다. 언젠가 김종인의 감정을 따라잡을 수도 있을까. 언젠가 내가 너를 오롯이 담을 날이 올까. 어쩌면 그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감정이 이렇게 피어났으니까. 그렇다면 제가 김종인의 감정을 넘어설 수도 있을까. 그건, 그건 모르겠다. 언젠가 김종인이 도경수를 좋아하는 것보다, 도경수가 김종인을 더 좋아하게 되리라고,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경수는 제 심장 사이로 싱그럽게 새어 들어오는 김종인을 떠올린다. 그런 경수에 의해 피아노 건반이 하나둘 눌리면 아름다운 선율이 적막을 가득 메운다.

김종인. 나는 이 선율에 싱그럽게 웃는 너를 떠올린다. 언젠가 너는 내 모든 심장을 헤집고 들어와 나를 가득 메울까.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관계의 건반을 두드리는 것은 나일 것이다. 네가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네가 내 심장을 완전히 비집고 들어온다 해도, 그럼에도 네가 나를 더 원한다는 것을 알기에. 

너는 토라졌어도 내가 부르면 온전히 웃으며 나를 맞이할 것이고, 언젠가 내가 너를 잠시 떠나 있겠다고 해도 너는 여전히 나를 찾을 것이다. 나는 비로소 오늘, 네가 그러리라고 믿게 되었다. 너를 떠올리며. 김종인, 나를 보며 밝게 웃던 너를 떠올리며.

김종인, 나는 그런 너를 생각한다.









이번에도 콘서트에 가게 되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독한위스키 BGM 첨부한 글을 다시 보다가 아이폰은 첨부한 유튜브 음악(BGM)을 들으면서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정말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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