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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카포(da capo) 48 [完]

Kai x D.o.

BGM. Justin Bieber - Catching Feelings




[카디] 다 카포(da capo) 48

W. 율이



최근, 경수는 어머니에게 이러한 제의를 받았다.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는 것 말이다. 마침 티비에선 인기리에 방영되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머니가 어떠한 심정으로 경수에게 그것을 제의한 것인지는 경수로써도 잘 알지 못하지만, 경수는 그 순간 어머니의 표정이 가볍지만은 않아 보였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피아노가 아니라 노래라면 그렇게 해. 자주 표현하지 않아도 엄마는 널 믿고 있고 언제나 지지하고 있으니까. 알지?

티비에서 흘러나오던 참가자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경수가 대답했다. 네, 감사해요. 이어 참가자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여전히 경수는 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볼 뿐이었다. 평소에 경수가 좋아하던 팝송이었다. 무대가 끝나자 경수가 말했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티비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어머니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고, 그리고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 나가볼게요, 오디션.




*




최근 들어 경수와 종인은 함께 공부를 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서로의 집이 예전보다 가깝지 않았던 탓에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 전처럼 수월하지 않아 비어있는 종인의 집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택했다. 매번 제집까지 오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던 종인의 말에 경수는 한 명이라도 편하면 좋은 거지. 라고 대답했으나 종인은 언제부터인가 경수를 마중하러 오는 것에 힘쓰기 시작했다. 덕분에 경수가 생각한 것처럼 한 명이라도 편하자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으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니 이젠 뭐든 상관없겠다고 느껴졌다.

함께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예상외로 종인의 제안이었다. 그는 이제 고3이기도 하고 정말로 이렇게 살았다가는 후에 뭐가 될지 모르겠다며 이제부터라도 공부해야겠다고 말했다. 물론 종인은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경수가 그랬던 것처럼 우등생이라도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몇 안 될 거라는 말은 이백 퍼센트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싫어도 해보는 거다. 살면서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은 종인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었다.




오늘도 경수는 종인의 집으로 가기 위해 아침밥을 챙겨 먹은 후에 옷을 갈아입었다. 겨울이라 기모가 든 회색 트레이닝복 바지에 두꺼운 후드티를 껴입고 패딩을 입었다. 집을 나서려 하니 어머니가 다가와서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어머니가 물었다. 공부하러 가니? 경수가 그렇다고 대답하니 어머니가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열심히 하고 와. 경수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바깥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올해의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온다. 눈으로 뒤덮인 지면을 밟으니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 질펀해진 거리의 눈들과는 달리 아무도 밟지 않은, 새로 내리기 시작한 눈들이 쌓여 만든 소리였다. 그 소리가 꽤나 기분 좋게 느껴져서 눈이 치워진 거리로 나가기 전에 몇 번이고 발자국을 더 남기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주말의 아침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까지 나가 주머니에 넣어뒀던 휴대폰을 꺼내 드니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도갱 다음주에 만나는거 맞지?]

백현이었다. 차가운 공기 속, 잠깐 꺼내 두었다고 얼어붙은 손으로 느릿느릿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맞아. 민석이 형이랑 같이 보기로 했어.

셋이서 미나를 보러 갈 예정이었다. 셋이서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상 미나가 죽은 후에 셋이 만나는 일이 눈에 띄도록 줄어든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보면 죽은 친구가, 동생이 떠올랐고,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자리에서 눈물을 쏟아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걸까- 여전히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만나 미나에게 정중한 인사를 하고, 추억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눌 것이고, 식당에 가 전처럼 밥을 먹을 것이고, 그러다가 가끔 빈 자리의 소녀를 떠올릴 것이고, 그 소녀의 이름이 김미나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너를 떠올리며 기억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곳에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경수가 탄 버스가 눈 내리는 거리를 달려나갔다. 문득 종인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곧 마주할 종인의 얼굴을 떠올릴 때면, 가끔은 안톤 체홉의 명언이 생각나곤 했다.

「아마도 사랑할 때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은 우리가 정상임을 보여준다. 사랑은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말들은 공중제비를 돌아 어느 순간 나에게로 박혀온다. 경수는 덜컹대는 버스의 뒷좌석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는 것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눈을 떴을 때, 그리고 눈을 감았을 때조차 환한 미소를 가진 종인의 얼굴이 그려졌다. 마치 당장이라도 종인의 그 미소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지.

그리고 잠깐 후에, 이번 정류장이 목적지임을 알려주는 버스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뒷문이 열리자 우산을 펼쳐 든 종인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버스에서 내리는 경수를 발견한 모양인지 종인이 환히 웃기 시작했다. 마치 경수가 방금 떠올린 그의 미소처럼.




*




새로이 시작된 이 관계는 마치 어떠한 음악 기호를 떠올리게 한다. 언젠가 경수는 종인이 다 카포에 대해 물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경수는 대답한다. 

- 처음부터 다시. 

그러면 종인이 말한다.

- 쌓아 놓은 걸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거 슬프다고.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네가 이렇게 말했었던 것도 나는 기억한다. 네가 나를 처음부터 다시 만난다면,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근데 그래도 너는 나를 좋아하게 되었을 거라고. 그러면 나는 대답했었지. 나 또한 너와 같았을 거라고.


"종인아."

경수가 종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시린 공기에 닿아 차가워진 종인의 손이 버스 안의 따스한 공기에 달궈진 경수의 손에 닿았다. 서로의 체온이 공유되는 것을 느끼며 종인이 대답했다. 응? 여전히 그는 웃고 있었다. 그의 웃음에 언제나처럼 경수가 따라 웃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종인아."

종인이 무슨 뜻인지 잘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자 경수가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나를 다시 처음부터 만난다고 해도 너는 나를 사랑했을 거라고 했지."

"응···."

"그러니까 다시 사랑하자."

"......"

종인이 말없이 경수의 두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잠깐이나마 서로를 미워했던 기억은 다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헤쳐나가자, 종인아."

나지막하게, 그리고 강단 있게. 마침내 돌아온 종인의 대답은 경수가 바라던 것이었다. 그리고 종인이 바라던 것이기도 했다.

"그래."

"......"

"그러자."

마침내 맑게 웃으며 대답하는 종인이 든 우산 위론 새하얀 눈송이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다시 사랑할 것이다. 눈송이는 경수가 내민 손 틈 사이로 가련히 내려앉아 금방 사라졌다. 미워했던 기억은 이 눈송이들처럼 언젠가 기억 저편에 스며들어 잊혀질 것이다. 경수가 머뭇거리던 종인의 손을 꼭 붙잡았다. 마주 잡은 손이 서로의 체온에 따스해질 때까지.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마치 서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듯이.


도경수가 마주하는 끝의 너머는 앞으로도 이렇게 이어질 것이다.




*




있지, 사실은 처음부터 너의 키스에 가슴 떨리고 흥분했던 것 또한 네가 나의 필연이었음을, 내가 너의 필연이었음을 의미했던 게 아닐까.




*




종인아, 언젠가 내가 했던 말 기억 나?

- 가족이라 해도 다른 사람보단 자기가 더 중요할걸. 누구나가 그럴 거야, 누구나가. 아마도 모든 사람이.

나는 나밖에 모르고 살았어. 그 어떤 타인보다 저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았어. 나는 지금, 나 자신보다 너를 더 사랑하게 되었어. 종인아, 나는 그렇게 되어버렸어.

나는 너를 사랑해. 너도 그래?

- 응, 나도 그래.






CHAPTER 4. 끝의 너머

& 다 카포(da capo)

- fin -








무사히 챕터4와 다 카포 본편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에도 후기는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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