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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 애증, 또는 비극 01

Kai x D.o.





: Prologue


가난했다. 어머니는 미혼모였다. 그래서 소년은 아버지란 작자의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했다. 아버지 없이 나고 자란 아이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소년은 어머니의 사랑조차 받을 수 없었다. 너는 내 걸림돌이라 말했다. 낳고 싶어 낳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얼굴 모를 남자의 씨앗이 뱃속에 자리 잡았음에도, 그 아이의 존재를 끔찍이 지우고 싶어 했음에도, 뱃속의 아이를 지울 돈조차 없어서 낳은 것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저를 낳고 싶어 낳은 것이 아니었듯이, 소년도 나고 싶어 난 것이 아니었다. 삶은 지옥이었다. 언젠가 제가 죽어 떨어질 곳이 만약 지옥이라 해도 이보다 더 괴롭지는 않을 것이었다. 소년은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랬지만, 죽지 못해 살았다. 그뿐이었다. 어린 나이 열두 살, 소년은 지옥을 살고 있었다.









[카디] 애증, 또는 비극 01


W. 율이





CHAPTER 1. 증오



종인은 가끔 무심한 듯 불쾌한 시선을 어딘가로 던지곤 했는데, 종인이 제 발로 걸어 그 시선의 끝에 도달했을 때 펼쳐질 광경은 언제나 비슷한 것이었다. 그것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던지 잘생긴 얼굴에 인상 팍 쓰고는 어딘가로 걸어가는 것을 누군가 제지하며 외쳤다. 



"야야, 김종인! 어디 가?"



어깨를 어설프게 붙잡힌 종인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너네 먼저 가."



하고는 어딘가 잔뜩 불편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이었다. 마침내 명문고 교복 명찰, 김 종 인 이름 석 자 달랑달랑 달고 있던 종인이 마주 선 곳은, 키가 작고 외모가 곱상하게 생긴 한 소년의 앞이었다.



김종인. 누군가 그를 간략히 설명한다면 아마 이와 같은 단어들로 표현했을 것이다. 재벌 2세. 그게 아니면 금수저나 재벌 집 외동아들 정도. 고작 열여덟 먹은 김종인이란 소년은 그런 존재였다. 아무리 운이 좋더라도 이토록 부모 잘 만난 사람은 세상에 김종인밖에 없을 것이라고 누군가 떠들고 다녀도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게 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아마 그는 가난의 '가'자도 모를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김종인의 인생이 판타지 영화라면, 아마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김종인에겐 판타지 영화였을 테니까. 더불어 큰 키와 또렷이 잘생긴 외모는 덤이었다. 그렇다면 어디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완벽한 사람이라는 게 여기 이 '김종인'을 칭하는 말이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건 또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개차반, 망나니, 양아치. 이러한 단어들도 종인을 뜻하는 단어라면 단어일 것이다. 재벌 명문가에서 태어나 바르게 자랐다면 좋았을 것을, 신은 그것마저 허락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부모님까지 두 분 다 멀쩡히 살아 계시고 어릴 적 부모님의 애정을 받지 못하며 자라왔던 것도 아니며, 금전적으로 풍족하기까지 한데 삐뚤어질 일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종인이 '개차반'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종인이 그런 별명까지 신경 쓸 정도로 예민한 편은 아니었다. 아니, 예민한 편이 아니라기보다는 무심한 편으로 다가가는 것이 조금 더 알맞을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종인에게도 그토록 적대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는 바로 지금 이 순간 종인의 앞에 서서 그를 불쾌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도경수’일 것이었다.



"내 눈에 띄지 말라고 했지."



종인이 내뱉은 말은 꽤 악의적인 것이었다. 종인의 눈빛으로나, 순간 경수를 향해 던진 말투로나 무엇을 보아도 그 분위기는 살기를 가득 담은 듯했는데, 막상 그 말을 전해 들은 도경수는 이상하게도 큭큭 웃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만 즐거워서,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닌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웃음, 비웃음으로 말이다. 종인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지만 그런 것 따윈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경수가 대답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야."

"게다가 애초에 네 눈에 띄려고 한 적도 없어. 네가 찾아온 거지."



경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수가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종인이 그의 뺨을 주먹으로 가격한 것이었다.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경수의 입술이 터져 새어 나온 피가 입속으로 비릿하게 흘러들었다. 하지만 맞은 이의 표정 변화는 없었다. 다만 때린 이의 불쾌한 듯한 표정만이 자리를 계속 맴돌 뿐이었다. 







*







종인은 도경수를 처음 대면한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약 7개월 전, 종인이 17살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다만 조금 이질적인 것이 있다면, 도경수를 처음 본 그 순간은 꽤나 평화로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실 하나도 이질적인 것이라 생각들지 않을 만큼 간단했다. 도경수가 자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종인에게 있어 문제의 발단인 도경수가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방인. 종인이 경수를 처음 보고 떠올린 단어는 이러한 것이었다.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왔더니 웬 처음 보는 얼굴의 소년이 제 침대에 잠들어 있었다. 그가 잠들어있던 침대를 멍하니 쳐다보던 종인에게 아버지는 안타깝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말했다. 



- 부모를 잃고 저도 죽으려고 한 모양이다.



처음에는 종인, 저도 모르게 도경수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잠든 그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 살펴보니 눈썹은 꽤 짙고, 코는 오똑했으며 입술은 조금 두꺼웠다. 어쩐지 웃으면 예쁜 모양이 될 것 같은 그의 입술에 잠시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굳게 다물어져 있었던 도경수의 입술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새어 나온 단어는 곱상하고 왜소하게 생긴 도경수의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딴판의 것이었다. 



- 씨발.



종인이 살짝 놀라 시선을 얼른 도경수의 눈으로 옮기자 흐리지만 동그랗게 뜬 도경수의 두 눈이 저를 마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욕은 제게 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종인이 그걸 어떻게 알았냐 하면, 그것은 도경수가 내뱉은 다음 문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 죽기도 마음대로 못하네.



그리고 경수의 얼굴을 멍하니 응시하던 종인을 살짝 밀치고 침대에서 일어난 경수가 이번에는 종인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 내 불행을 너 같은 애들은 평생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모르겠지.



마침내 뜬금없이 종인에게 날아든 시비조의 문장은 종인이 도경수를 처음 대면한 그 순간을 평생토록 잊지 못하게 만들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것으로 죽기 직전의 소년을 집으로 데려와 보살펴주려던 아버지의 호의는 거기까지가 끝이었어야 했다. 물론 당시의 종인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으니 아버지가 도경수를 향해 내민 호의가 그때까지만 해도 별거 아닌 것이라 여겼으나, 그건 약간의 오만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제 침대를 꿰차고 들어왔던 난생처음 마주한 소년이, 그다음에는 제집을, 그리고 제 자리를 꿰차고 들어왔던 게 문제였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부모님은 부모 잃고 생을 포기하려고 했던 도경수가 마냥 안타까워 보였는지 그를 이 집에 들이기를 원하셨다. 아무리 그래도 생판 처음 보는 남인데 어찌 그리 쉽게 자리를 내어주느냐마는, 그들의 생활이 워낙 풍족해 가엾은 아이들에게 조금 나누어줘도 상관없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이었다. 하긴 종인의 부모, 불우이웃이 있으면 돕고 기부하며 봉사하는 것을 워낙 좋아해 여러 고아원의 아이들에게도 후원을 마다하지 않는 참인데, 이 소년이라고 뭐 다르겠냔 말이다. 게다가 생긴 것도 곱상한 게 더더욱이 제 아들 종인과 동갑이라 더 마음이 쓰였던 게 분명하다. 지금의 종인으로썬 법적 절차를 밟아 입양까지 하진 않은 걸로도 충분히 만족해야 할 상황이었으나, 회장 내외-종인의 부모-가 도경수에게 마음 쓰는 것을 보아서는 저를 내치고 정말로 법적 절차를 밟아 아들 자리까지 선뜻 내어줄 것만 같아서 불안하기만 했던 게 종인의 심정이었다. 


종인이 도경수를 싫어하는 이유에 있어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빼앗아갔다는, 어찌 보면 유치한 이유를 들 수도 있었으나, 그보다 더 절실하게 작용했던 건 도경수가 종인을 대하는 태도였다. 앞서 언급했듯, 처음 마주한 종인에게 다짜고짜 시비조의 언행을 내뱉은 걸로도 모자라, 회장 내외 앞에서는 생글생글 곰살맞게 웃던 도경수가 종인에게 와서는 제가 언제 그렇게 웃었냐는 듯 불쾌한 시선과 더불어 본래의 쌀쌀맞은 말투를 숨기지 않고 내뱉었기에 제 눈앞에 있는 이 도경수라는 놈이 이중인격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그 갭은 묘하게 대단했다는 것.


종인과 경수의 첫 만남을 구구절절 읊어 도달한 결론은, 어쨌든 간에 김종인은 도경수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이 종인의 입장에서 서술되었다는 점에서 경수와 종인의 성격을 모두 드러내기엔 애매한 감이 다분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앞서 말한 듯, 이것은 종인의 입장이 맞으니까.   












또다시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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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소설과는 관련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요즘 백일의 낭군님 덕분에 제가 행복하다는 소식입니다! 

이율 세자 저하, 어쩜 작중 이름도 참 예쁘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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