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愛憎) W. 율이 20. "아직도 합방일에 대한 소식은 없는 것이지." "예, 마마." 홍련이 돌아간 후, 영이 오월에게 물었다. 매일 이맘때쯤이면 묻는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었으니 오월은 어렵지 않게 답했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궁에 이상한 소문이 돈다 하옵니다." 오월은 가끔 궁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워들어 영에게 전해주고는 하였는데, 이...
애증(愛憎) W. 율이 19. 영이 이리도 오랫동안 꿈을 꾼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던 자신을 비웃고 다른 여인을 품에 안던 은이 이번에는 기어이 저를 죽이는 꿈이었다. 이제는 다른 여인으로도 모자라 저를 죽이기까지 하였다. 심지어 보라, 현실에서도 저번에 꾸었던 꿈이 맞았다. 어찌 이리도 정확할 수가 있나. 은의 마음을 흔들...
애증(愛憎) W. 율이 17. 그저 연민인가, 아니면 악연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새어 나온 오래된 정인가, 것도 아니라면 연심인가. 허나 연심만큼은 아니었다. 그 무엇이라 칭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연심은 아니다. 증오일 뿐이다. 그 속에서 피어난 작은 연민일 뿐이다. 허나 왜. 은은 영을 싫어한다. 그 눈물 많은 여린 성정도 싫었고 제 앞에서 헤실대며...
애증(愛憎) W. 율이 14. 처소로 돌아가는 영의 표정에 한치의 불편한 기색도 없었다. 오히려 다짐에 다짐을 가하였다는 표정이었으니 오월조차도 어찌 말릴 수 없었으리라. 더군다나 중궁이 앓아누웠다는 명분으로 내달 말일로 지정되었던 합방일까지 미룬 은이다. 허나 들통난다면, 들통나기라도 한다면 어찌 되는 것인가. 곁에 있던 오월은 상상하기도 싫었지만 정작 ...
애증(愛憎) W. 율이 13. 강화도 교동(喬桐). "그래 왔느냐." 이 선(李敾, 함양군)이 이곳에 유배된 지 3년째, 그가 설욕(雪辱)의 기회를 엿본 지도 3년째였고, 제 집안을, 제 어머니와 제 삶을 망가뜨린 윤씨 일가에 큰 한을 품은 지도 벌써 3년째였다. 허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제 자리를 반드시 되찾아주겠다던 전하도 다 말뿐이었던...
애증(愛憎) W. 율이 11. 홍련이 자리에 앉자 곁의 기녀들이 우르르 몰려와 물었다. 아마 교각으로 향하던 그녀의 뒤를 몰래 따른 것임이 분명했다. 물론 그러했다 해도 단순한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너 요새 만난다는 그 나으리는 누구니? 우리 련이 이제 팔자 피는 거야?" 월향의 물음에 홍련이 살짝 웃었다. 그 모습엔 담백한 기백이 실려있었기에 그 어떤 ...
애증(愛憎) W. 율이 9. "어찌, 어찌하여 눈물을 보이느냐." 은이 물었다. 은이 물었지만 영은 답하지 않았다. 다만 은을 그대로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다. 영이 지나간 자리에 바람이 일렁였다. 그 눈물조차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감히 제 말에 답도 않은 채 저를 이리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는 일인가. 그건 영이 아니었다. 평소의 중전이라면 절대 그러하지...
애증(愛憎) W. 율이 7. "어마마마께서 이른 시간에 어찌 발걸음을 다 하셨습니까. 곧 문후를 드리러 갔을 텐데요." 말한 대로 이른 시간에 대비가 찾아온 건 은으로서도 조금 뜻밖의 일이었다. 조회에서 함양군의 복직 건을 꺼냈으니 언젠가 이리 찾아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서도 동이 트자마자 대전 문을 직접 밟아 왔다는 걸 생각하면 은의 언구가 대비에게 꽤 위...
애증(愛憎) W. 율이 6. 꿈을 꾸었다. 영이 못에 빠져 허우적대는 걸 은이 바라보고 있는 꿈이었다. 아니, 바라만 보았나, 다른 여인까지 곁에 끼고 저를 비웃는 꿈이었다. 어찌 그리 물에 빠져 있는 것인가. 네가 그리 허우적대는 동안 나는 다른 여인을 품에 안을 것이다- 라고 말하는 듯 은의 입술이 퍽 가벼이 움직였다. 물에 빠져 숨을 못 쉬는 고통 따...
애증(愛憎) W. 율이 5. 저녁의 바람은 이젠 제법 쌀쌀하여서 드물게 이 교각을 찾던 인적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듯 보였다. 은이 이 교각에 도착한 지도 벌써 반 시진이다. 바람이 옷깃을 거세게 흔들고 지나가는데도 꿈쩍없이 서 있던 게 무려 반 시진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은이 기다리던 여인은 그림자 한 톨 얼쩡거리지 않는 게 해무는 조금 신경 쓰이고 있던...
애증(愛憎) W. 율이 3. "함양군(咸陽君)을 복직시키는 게 어떻겠소." "전하! 절대 아니 될 말씀이옵니다!" 정전(正殿). 은의 돌발적인 언구에 조회에 참석하고 있던 신하들이 즉각적으로 반대하며 나섰다. 함양군이라 함은 선왕의 후궁 숙빈 정씨(肅嬪 鄭氏)의 아들이 아닌가. 분명 전 좌의정 정수공(鄭秀恭)과 숙빈 정씨가 역모를 꾀하였단 죄로 그들을 참형...
애증(愛憎) W. 율이 프롤로그. 영은 어릴 적부터 반가의 규수답지 않게 자주 덤벙대어 조선(朝鮮) 왕실에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국모의 자리를 떡하니 꿰차고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 제 아비인 영의정 윤만형(尹萬衡)과 여전히 내명부(內命婦) 큰 어른인 대비 윤씨 때문이었다. 그녀가 처음 궐에 들어온 것은 세자빈으로 간택된 십 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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